현재 합천 해인사에 봉안되어 있는 강화경판 고려대장경에 대해서 민족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자랑하고 있지만 서지학적 측면을 제외하고는 이에 관한 학문적 접근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高麗史』 『高麗史節要』나 문집류 및 금석문은 물론 총 81,258매의 大藏經板에 刻印된 불교경전의 그 어느 곳에도 이를 해명해주는 단서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한계를 딛고 대장경 판각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는 한 단서를 강화경판 『高麗大藏經』 木板 마구리 등의 여백에 刻印된 人名에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들에 관해서 그간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刻手로서 승려, 혹은 賤人으로 간주함에 따라 별반 주목받지 못하였다.
『高麗大藏經』木板의 한쪽 마구리 등의 여백에 刻印된 人名은 상당수가 성씨를 갖고 있을 뿐 아니라 刻印된 人名 앞에 進士 比丘 比丘尼 隊正 戶長 등과 같이 그 신분을 明記한 경우도 있다. 그 성씨와 이름으로 미루어 보아 위로 왕족 귀족 관료층으로부터 아래로 지방 군현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포함된다. 이 명단은 단순한 각수의 명단 만이 아니라 경판의 조성사업에 참여해서 활동하였던 일체의 활동, 즉 대장경판의 조성을 위한 문필활동과 경판의 판각행위의 몸(身)布施, 혹은 경판조성의 경비조달의 財布施를 포함한 일체의 활동을 두드러지게 한 자들의 명단이다. 이들은 이러한 활동의 댓가로 경전에 이름을 남길 수 있는 특혜를 부여받은 자들의 명단일 것이다.
이 책은 이들의 명단을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에서 영인 발간한 『高麗大藏經』, 일본의 『增上寺高麗版大藏經目錄』, 그리고 동아대학교 石堂傳統文化硏究院에 소장되어 있는 『大藏經』 인본 등을 참고하여 정리한 것이다. 이들의 명단은 최소 3,600餘 名이다. 고려시대사, 나아가 한국사에서 한 시기에 활약한 인물이 일시에 이만큼 발견되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이 책은 앞으로 이들에 관한 연구의 확대는 고려사 연구에 일대 전기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