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적인 변화과정을 겪고 있는 두 농촌사회의 경제교환과 사회관계의 실상을 비교 연구하였다. 두 농촌사회에 관한 연구는 미시적 차원에서 경제교환체계와 농업생활의 하층기반을 형성하고 있는 생산의 사회관계, 기술체계 등을 국가경제의 흐름과 어떻게 포괄적으로 관련 지워 이해하는 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농촌사회를 하나의 자체 완결적인 단위로 간주하여 마을 내의 사회, 문화적 현상을 이해하기보다 거시적인 국가경제사의 흐름 속에 미시적인 경제교환이 어떻게 사회분화를 촉진시키고 생산의 사회관계를 변화시키는가를 각성촌락과 동성촌락을 비교하여 같고 다른 점을 파악하려고 하였다.
* 한국 농촌 사회를 거시적·미시적 차원에서 비교 관찰
최근 수십년 사이에 한국 농촌사회에서 일어난 많은 변화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 농민의 농업생산활동과 함께 마을과 주변 지역사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경제교환의 관계체계가 거시적인 세계 및 국가경제사의 흐름과 깊은 관련을 가지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산업 활동의 급속한 비약과 붕괴, 국제시장에서의 농산물 수입증가에 따른 수입의존관계의 심화, 농업기술의 분화와 발전과정 등과 같은 거시적인 변화와 각성촌락과 동성촌락에 있어서 농업생산의 사회관계, 생산력 및 기술변화에 따르는 사회적 결과, 경제교환 양상, 그리고 이에 관련된 사회공간의 변화 등을 포괄적으로 관련시켜 보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상이한 사회적·역사적 근원을 가진 두 촌락사회 주민의 경제교환, 통혼권, 가족과 친족내의 협동방식, 정기시장 등에 있어서 같고 다른 점을 이해하기 위해 관련된 측면을 대조·비교하거나 특징적인 면을 부각시키고자 하였다. 따라서 현지조사를 하면서 수집한 민족지적 자료를 비교·분석하는 과정에서 먼 역사를 지닌 촌락사회가 우리로부터 서서히 사라지는 면과 새롭게 형성, 재창출되는 면을 통해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 구조화된 농민의 역사를 나타내려고 하였다.
* 각성촌 주민의 사회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역동적인 여러 가지 모습을 기술
제1부는 안성군 양성면 필산리에 관한 민족지이다. 각성촌 주민의 사회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역동적인 여러 가지 모습을 기술하였다. 필산리의 농업생산, 경제교환, 사회공간을 묘사하고, 지역사회, 초지역사회, 국가사회 등과 관계를 맺으면서 상이한 변화와 발전을 지향하는 한 농촌사회의 사회동학과 사회논리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농업경제의 급격한 변화에 가족이 어떻게 생산과 재생산의 기본단위가 되는지, 국가 경제사흐름이 필산리 사회를 어떻게 사회적·경제적·물질적 차원에서 재구조화하고, 농업생산체계와 생산단위를 다양하게 분화시키는지를 이해하고자 하였다. 농업생산과 노동력 교환양상, 기술체계와 사회체계, 촌락민간의 사회관계망의 특징, 주민의 결사체 등이 기술되어져있다.
* 종동의 가족구조가 생산력, 노동력, 그리고 수도경작을 위한 전략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를 분석
제2부는 동성촌락인 경남 울산시(당시 울주군) 온산면 종동에 관한 연구이다. 먼저 종동의 가족구조가 생산력, 노동력, 그리고 수도경작을 위한 전략에 어떻게 영향을 받는가를 살펴보았다. 가족집단은 생산의 기본단위를 형성하고 있어서 생산활동의 대부분이 가구성원의 노동력에 의해 이루어지는 양상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경제생활권역과 혼인영역간에 존재하는 상호관계의 실상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친족촌수가 교환에 어떻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동성촌락의 사회공간이 조직된 원리와 그 문화적 전략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산업공단의 건설로 인해 사회공간이 확대되는 제 양상, 경제 계층별 생산조직과 농산물 유통과정, 소비단위 등에 관해 분석하고자 하였다.
* 동성촌락과 각성촌락의 비교를 통해 그 같고 다른 점을 종합적으로 고찰
제3부는 동성촌락과 각성촌락의 비교를 통해 그 같고 다른 점을 종합적으로 고찰하고자 하였다. 역사인류학적 배경 하에 주거와 거주지의 특성, 친족관계와 비혈연촌의 사회관계망에 나타난 상이성, 농업경제와 경제교환의 특징, 직업분화양상, 노동력교환조직, 정기시장과 통혼권 등이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통해 어떻게 상이하게 구조화되어 있는지를 밝히고자 하였다. 저자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면서 두 촌락사회의 사회적 재생산 과정에 내재하고 있는 사회적 논리를 규명하고 동성촌락과 각성촌락의 상이성이 무엇인지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 한국의 농촌사회, 주민사회, 경제생활 전반에 대한 포괄적 이해
지금까지 한국 농촌사회에 대한 연구는 주로 동성(동족)촌락에 집중되다보니 각성촌락과의 비교를 통한 균형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이 책은 대안적 분석과 해석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고 흥미롭다. 거주지와 도시의 근접성, 주변지역사회의 산업화, 농업기계화 등과 같은 지리적, 경제적 상황에 따라 두 촌락사회의 주민들은 상이한 경제교환의 전략을 실천하였으며 이와 관련된 사회관계도 역동적으로 구조화, 재구조화되었음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의 농촌사회, 주민사회, 경제생활 전반에 관해 포괄적 이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한국농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모든 분들이라면 읽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