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발달’의 관점에서 ‘장애인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인문 사회학적 시각으로 연구
교육의 핵심은 한마디로 말해 ‘인간들’이다. 인간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만 인간다운 삶이 가능하고 이러한 인간들 ‘사이’에서의 삶은 이미 태아 때부터 시작된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의 주요한 학문적 틀이라고 할 수 있는 발달심리학은 인문학적 소양에 바탕을 둔 학제 간 연구가 반드시 필요한 학문분야이다. 하지만 교육학이 인류사에 하나의 분과학문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국외에서나 국내에서나 이러한 학문적 시도들은 드물었다. 특히 지금의 한국 사회처럼 교육이 사회경제적 상품이 되고 이런 관점에서 후세대를 훈련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교육학이 이러한 시대적 논리에 편승하여 교육 주체들을 객체화시키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이러한 교육학의 위기 속에서 ‘인간발달’의 보편적 과정들을 새롭게 살피고 이 속에서 ‘장애인교육’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를 인문 사회학적 시각으로 되짚어 보고 있다.
장애유형별 특징이나 발달에 치중하지 않고 인간발달의 보편 원리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구성
이 책은 교육 주체들을 쉽게 객관화시켜버리는 비교육적인 교육의 현실 속에서, 다양한 교육 주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돌려주고, 이들의 다양함을 통해 ‘인간’의 이름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쓰였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특수교육에 관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뭇 개론서들처럼 장애유형별 특징이나 발달에 치중하지 않고 인간발달의 보편적 원리를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하나의 생명체로서 자신의 신체적 가능성에 기초하지만, 동시에 생물적 차원을 넘어 타인을 중심으로 세계와 교감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새롭게 또 다양하게 형성해 나가는 매우 유연한 사회적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한 인간의 실존과 관련된 ‘장애’라는 것 또한 이러한 이해 속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며, 이러한 관점에서 저자는 우리시대 ‘장애’, ‘장애인’으로 규정되는 내용들과 형식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있다.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다양한 사회적 소외 경험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
저자는 인간을 이해함에 있어서 생물학적 환원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여성이나 남성 혹은 노인, 어린이, 장애인과 같은 이름하에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겪는 다양한 사회적 소외 경험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면밀하게 검토하였다. 또한 인간의 삶 가운데 발생하는 모든 사건, 사고 혹은 모든 성취되고 좌절되는 일들은 어떤 특정 개인의 태생적 특징에 의해서가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되고 그 시대와 사회의 관념이나 지식에 의해 해석되는 것으로 보았다. 저자의 이러한 접근방식은 인간발달과 장애라는 주제에 대한 새로운 인식론적 시도이며,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학문방법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사회신경과학이나 언어인류학적 차원에서 인간존재를 새롭게 탐색하고 이에 기초해 존재긍정적 장애진단 방법론을 제안
이 책은 내용면에서 애착이나 학대, 손상(개인적 콤플렉스)과 같은 기본적인 발달심리학적 주제를 넘어, 사회신경과학이나 언어인류학적 차원에서 인간존재를 새롭게 탐색하고 이에 기초해 존재긍정적 장애진단 방법론을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저자는 과보호 양육문제나 새롭게 제정된 장애관련 법률과 같은 시대적 이슈들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작업을 통해 우리 모두가 한 인간으로서 인간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독려하고 있다.
교육은 인간과 인간을 잇고 이를 통해 인간의 역사를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문화적 행동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특수교육이나 장애 관련 전문인뿐만 아니라 타인과 또 세상과 윤리적인 관계를 맺고자 노력하는 모든 지식인들에게 소중한 학문적 자산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