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지언어학계 거장 야마나시 마사아키(山梨正明) 교수의 독창적 연구결과
이 책은 일본 인지언어학계의 거장이라 일컬어지는 야마나시 교수의 독창적인 연구결과물이다. 세계적인 인지학자인 Langacker와 Lakoff의 이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그들의 이론을 보다 일반적인 언어연구 어프로치로 발전시키고자 시도한 실험적 노력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존의 인지언어학 관련 도서는 주로 영어를 대상으로 그 이론을 설명하고 소개하는 경향이 강한 반면, 이 책은 영어는 물론 일본어에 그 이론을 적용시켰다는 것이 큰 특징이다.
인지언어학의 생태적 언어관을 다양한 장르의 예문을 통해 쉽게 설명
비록 일본어로 쓰였지만, 구체적인 내용 설명을 위한 예문을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제시하였기 때문에,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으로 구성되어져 있다. 이처럼 일본어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라 언어 일반에 해당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한국어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은 물론 언어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들이 인지언어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인지언어학의 어프로치를 일본어에 적용시킨 결과는 한국어에 인지언어학의 이론을 대입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해 주었다. 기존에 서양언어와 구별되는 요소만 강조하여 조명하던 일본어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에서 일본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자극을 줄 것이다.
언어의 추상성을 그림과 도표로써 시각화・객관화
인지언어학의 기본 모토인 외부환경과 인간과의 역동적 인지과정은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이를 가능한 한 시각적으로 묘사하여 독자의 이해를 최대한 돕고 있다. 알기 쉬운 그림과 도표 등을 활용한 설명은 일상의 언어가 얼마나 인간과 밀접한 관계에 있으며, 또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존재인가를 새삼 일깨워 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인용문을 정확한 출처와 함께 제시해줌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전후 문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연구자의 의도에 꿰맞춰지기 쉬운 작례의 함정에서 벗어나고자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통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제시하였다.
인지언어학의 배경, 전반적 틀과 이론, 구체적 사례 분석 그리고 전망까지를 총망라
이 책은 총 7장으로 되어 있지만, 내용상 크게 3부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1장에서 제3장까지의 전반부에는 인지언어학의 틀에 대한 전반적 배경이 개괄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제4장부터 제6장까지의 중반부에는 인지언어학의 틀과 이론을 활용하여 기존의 이론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다양한 구체적 구문에 대해 실질적으로 분석한 사례가, 마지막 제7장의 후반부에는 인지언어학의 금후 전망이 피력되어 있다.
각 장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제1장은 인지언어학의 기본 패러다임을 소개하고 인지언어학에서는 인지과정을 어떠한 입장에서 분석하는지를 개괄적으로 설명한 도입 부분이다. 따라서 인지언어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는 “이미지 스키마” “게스탈트 지각” “룰/리스트의 오류(rule/list fallacy)” 등의 용어가 생소할 것이다. 다소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조금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나가면 반복적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점차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제2장은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일상 언어의 특성을 전반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매일 매일 사용하기 때문에, 또 늘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무심히 보아 넘기던 일상 언어를 잘 살펴보면, 실은 지각의 메커니즘, 게슈탈트 요인에 의해서 그림과 배경이 분화되고 또 반전된다는 점을 다양한 실례(에셔의 작품 「바다와 하늘」, 다의도형, 루빈의 잔)로 주지시켜준다. 그리고 이러한 지각 메커니즘이 우리가 늘 사용하고 있는 일상 언어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다양한 숙어로 입증하고 있다. 즉 게슈탈트적 언어관으로 일상 언어를 본다면 기존의 언어관에서 풀지 못했던, 영어에서 복합적으로 변한 발음이나 이유도 묻지 않고 무조건 암기해야만 했던 영어 숙어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지가 어느 정도 납득이 가게 된다.
제3장에서는 일상 언어 중 문법과 구문 패턴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하였다. 즉 일상 언어의 문법은 음운극(音韻極 phonological pole)과 의미극(意味極 semantic pole)의 직접적 대응관계로 이루어진 기호체계이고, 이 기호체계는 게슈탈트적 통일체로서 인간의 일반적 인지능력에 의거하여 창발적(創發的)으로 표출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규정하였다. 특히 구문의 타동성과 비타동성을 인지과정에 근거하여 그림으로 상세히 설명한 인지도식이나, 단어와 문장에서 초점화와 배경화로 인해 발생되는 미묘한 의미변화 등에 대한 설명은 이 책의 핵심부분인 중반부로의 몰입을 위한 워밍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인지언어학의 이론적 틀을 배경으로 하여 제4장~6장에서는 일상 언어의 다양한 구문현상의 발현(發現)과정과 구문의 창조적 확장 메커니즘을 밝히고 있다. 구체적으로 제4장에서는 다양한 구문이 발현되는데 기본이 되는 인지능력의 여러 면에 주목하여, 중심・배경의 분화와 반전, 중심・배경의 분화의 비대칭성, 주관성과 시점(視点)구성, 스캐닝, 이미지 스키마 형성, 은유의 계승관계 등과 관련되는 구문의 발현과정과 구문의 표층 분포 문제를 고찰하였다.
제5장에서는 언어의 창조성을 반영하는 확장구문의 분포관계와 계승관계를 규정하는 문법의 하위 모델로 용법(用法) 기반의 복합 네트워크 모델과 융합 네트워크 모델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이들 네트워크 모델에 근거하여 관용어와 관련된 구문현상과 기생적(寄生的) 확장, 수사적(修辭的) 확장에 근거한 구문현상에 대한 기술과 설명을 시도하고 있다.
제6장에서는 어용론의 중핵이 되는 발화행위, 맞장구나 인사말과 같이 짝을 이룬 인접어 등 대화문맥과 관련된 담화・텍스트 시점에서 구문과 발화행위의 수행기능, 구문의 기본 패턴과 발화의 힘, 짝을 이룬 인접어와 발화의 상황 의존성, 짝을 이룬 인접어의 연결성, 복합 구문과 짝을 이룬 인접어, 담화와 구문의 인용 모드 등의 문제를 고찰하였다. 그리고 이들 고찰을 근거로 종래의 문장 중심의 구문론 분석을 넘은 대화, 텍스트를 구성하는 복수의 문장 내지는 그 단편으로 이루어진 복합 구문의 구체적 분석도 시도하였다.
마지막 7장에서는 인지언어학의 특성을 다시 한 번 정리하였다. 즉 아직 명확하게 판명되지 않은 인간의 인지 구조를 아이들의 언어습득 과정에서 힌트를 얻고, 또 언어(구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인지언어학의 “생태적 문법관”에 입각하여 “살아있는” 문맥을 중시하는 어용론적 시점을 적극적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