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이라는 궁극의 형벌을 통해 동아시아 세계의 법의식에 대해 종합적으로 해명
사형은 형벌체계 가운데 가장 엄중한 형벌이다. 이 책은 사형이라는 궁극의 형벌을 통해서 동아시아 세계 죄와 벌의 법의식에 대해 종합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의 사형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도와 네팔뿐만 아니라 서양의 사형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또한 이 책은 일본, 중국,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의 역사학, 법학, 사회학, 종교학, 인류학, 철학, 민족학, 어학 분야의 연구자들이 참여한 명실상부한 공동연구의 소산이다. 그 결과 다양한 시각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풍부한 자료제시를 함으로써, 비교연구를 가능하게 함과 동시에 새로운 상상력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나아가 명확한 문제의식 제시, 짜임새 있는 서술 체계, 실증적인 고찰, 생동감 넘치는 묘사, 대담한 비교 분석을 시도하고 있기에 전문적인 연구서이지만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서양과 동양이라는 시공간 축 위에서 법제도의 분기와 법문화의 변천과정을 분석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사형을 집행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존재해왔다. 왜 그러한 살해 수단을 취하는지에 대한 해답은 당시의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처형을 인식했는지, 권력자가 살인에 대해 어떠한 이유와 의미를 부여했는지, 사형이 어떠한 효과를 제공할 수 있는지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사형의 집행 양태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변화했다는 사실은 결국 사형의 의의, 사형에 대한 사회의 의식이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왜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이 책의 저자들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시간 축과 서양과 동양이라는 공간 축 위에서, 법제도의 분기와 법문화의 변천에 나타난 다양한 과정을 역사, 사상, 관습에 대한 비교 연구를 통해 해답을 찾고 있다.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할만한 ‘죄와 벌’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로 가득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왜 동아시아의 사형에는 ‘시체의 처형’과 ‘생체의 처형’ 두 가지가 필요한가?” “사형(죽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은 지역과 사회 그리고 역사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가?” “동아시아의 사형제도(또는 사형의 잔인함)는 인도ㆍ네팔 그리고 서구의 그것과 어떻게 다른가?” “梟首 ‧ 磔 ‧ 腰斬 ‧ 棄市ㆍ絞ㆍ賜死ㆍ廷杖 등 다양한 사형의 실상은 무엇이고 또한 어떠한 기준에 의해 그 가운데 하나의 집행방법이 선택되는가?” “누가, 왜 사형에 처해지는가?” “사형장의 민중이 사형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사형집행인의 家系 및 그들의 주술적ㆍ의술적 기능은 어떻게 확보되는가?” “사형의 ‘인도화’ㆍ‘문명화’는 가능한가?” “불교의 불상생(비폭력)의 원리와 사형제도는 양립할 수 있는가?” “사형을 둘러싼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과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의 극복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 책이 제기하는 이상과 같은 질문들은 독자들의 흥미를 충분히 자극할 것이다.
사형문제의 근원과 사형의 현재적 의미를 역사적 자료와 실증적 근거를 바탕으로 탐색
‘죽음’, ‘잔혹함’의 관념은 만고불변의 것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변화하며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 ‘죽음’과 ‘잔혹함’의 관념이 이렇게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형은 모든 시대, 모든 지역에 절대적으로 동일하게 인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명확히 알 수 있다. 또한 죽음이 지닌 시간적, 공간적 다양성을 해명하는 데에도 유효한 시사점을 제공해 줄 것이다. 저자들은 사형을 정면으로 다루지만 형사정책으로서의 사형존폐 문제에 대해서 어떤 정책적인 대안이나 방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사형의 존폐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 사형의 역사, 죄와 벌의 법의식을 먼저 살펴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형문제의 근원과 사형의 현재적 의미를 역사적 자료와 실증적 근거를 바탕으로 탐색하고 있기에 이 책이 지닌 학술적 가치는 더욱 크다. 나아가 사형폐지라는 현대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