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대의 신법파와 구법파간 대립 과정에서 시와 그림, 그리고 정치는 새로운 언어구조를 창출
당나라가 멸망하고 오대십국의 혼란기를 마무리한 송나라는 북방 이민족 거란족이 세운 요(遼)의 견제를 받았다. 서쪽으로 탕구트 서하(西夏)의 독립과 대립 속에서도 과거제도의 확립과 문관우대 정책에 의한 왕권강화를 중심에 두었다. 송나라는 서북방의 두 세력에 화친으로 일관했고 그에 따른 많은 비용이 발생했지만 세수는 감소하고 있었다. 이를 개혁하려는 신종(神宗)과 왕안석(王安石)의 신법파는 그 반대편, 즉 지주와 상인세력 출신 관료들이 중심이었던 구법파 문인들과의 정면대결을 벌여야 했다. 이 과정에 시와 그림 그리고 정치는 새로운 언어구조를 창출해 냈다. 한쪽은 반대파의 움직임을 적나라하게 파헤쳐 제거하려 했고, 다른 한쪽은 그들만의 소통방식으로 불만과 저항을 꽁꽁 숨기며 때를 기다렸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배경을 중심화면으로 보여주고 있다.
문인 사대부들이 자신들의 불만을 회화(繪畫)라는 수단으로 표출한 이면과 의미를 추적
11세기, 송나라의 일부 문인 사대부들은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회화라는 우아하고 미묘한 수단을 개발해냈다. 저자는 문학적 전례들, 그림의 제목들, 당시의 금석문들, 그리고 역사적 자료들을 검토함으로써, 어떤 그림들은 다소 투명하게 작자의 강한 견해를 표현하고 있지만, 다른 것들은 조심스럽게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겉으로는 해악이 없어 보이는 그림에 들어 있는 메시지의 암호화는 중국회화사에서 폭넓게 연관되어 있다. 이러한 시도는 문인 사대부들 사이에서 하나의 존경받는 예술로서 회화가 발전하게 되는 중요한 요인이었으며, 문인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하도록 하는 회화의 문헌적 수용력은 예술의 생명력과 영원성에 기여하였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산수화의 문헌적 근거를 살펴보고 어떻게 해석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
이 책은 산수화의 문헌적 근거를 살펴보고 어떻게 해석해야할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중국회화와 시가문학으로 확연하게 구분되어 있는 학문분야에 이 책은 두 분야의 동질성을 모색하기 위해 융합을 시도한 매우 중요한 연구서이다. 송대 문인들의 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으며 시와 더불어 중요한 문인활동으로 부각된 산수화를 보면서 무엇을 알 수 있을까? 아름다운 산과 강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그리면서, 엘리트 문인 관료들은 무엇 때문에 과거로부터 홀대받아온 예술(그림)을 그 도구로 선택했을까? 그들이 글쓰기의 힘과 동일한 효과로 그림을 인식했던 계기는 무엇일까? 시적 언어를 어떻게 회화적 언어로 해석했을까? 그들은 어떠한 역사적 흐름을 근거로 이러한 암호놀이를 했을까? 꼬리를 무는 미스터리 속에서 저자인 알프레다 머크(Alfreda Murck)는 이러한 흥미진진한 암호들을 풀어주고 있다.
▣추천사▣
“11세기 중국, 조정에 불만을 품은 관료들은 자신들의 벼슬길과 삶을 걸고 문학적 암시를 통해 정치적 불만과 개인적인 원망을 표현해낼 방법을 찾았다.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위험했기 때문에 이러한 암시들은 에둘러 표현되어야 했다. 같은 마음을 품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포되면서 이러한 저항과 원망의 암호화된 표현들은 외부인들의 검열로부터 안전할 수 있었다. 오늘날 이들에 접근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놀랄만한 연구와 깊은 숙고를 거친 이 책은 그들의 의미로 문을 열어준다.”
- 수잔 넬슨(Susan E. Nelson), College Art Association Reviews 에서
“중국 수묵화에서 가장 잘 알려진 주제 중의 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이 책은 시화(詩畵)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한 순간으로 부터 표현 예술로 전환하는 정책의 전례(典例)를 철저히 조사하였다. 이러한 위험한 시기의 정치가들은 미묘한 간접적 표현으로 이루어진 그들의 제화시를 암호화했기 때문에 머크 박사의 추적은 명탐정이 파헤치는 미스터리처럼 펼쳐진다. 독자들은, 동양학자든 안락의자에 앉아있는 탐정이건 간에 중국 역사에서 시, 그림 그리고 정치라는 삼각관계의 매우 깊은 이해를 얻게 될 것이다.”
- 와싱턴, 프린스턴 대학교수 제롬 실버겔드(Jerome Silbergeld).
“알프레다 머크의 매우 상세한 이 책은 송대(宋代) 주요 문인예술가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해가 될 것 같지 않은 산수화를 통해서, 분노에 찬 슬픔과 정치적 저항을 암호화한 것을 어떻게 풀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것이다. 어떻게 비밀의 메시지가 시적인 암시로 암호화 되었고 시각적 이미지로 해석되었는지를 설명하면서, 그녀는 송대 문인화의 새롭고 중요한 차원을 보여준다. 일련의 쉬운 연구 작업을 통하여 그녀는 그림이 시의 기능, 은유 그리고 관습들을 채택함으로서 새로운 표현 가능성들을 어떻게 얻었는지를 보여준다.”
- 위스콘신 메디슨(Wisconsin-Madison) 대학교의 쥴리아 머레이(Julia Murray)
“다른 어떤 연구보다도 이 훌륭한 연구서는 시각적 그리고 어휘적 표현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 송대의 학자들, 화가들 그리고 시인들의 지적 배경 속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 컬럼비아 대학교수 로버트 해리스트(Robert E. Harrist, J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