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 조선에서 경성부인병원장을 지낸 일본인 구도 다케시로(工藤武城)의 저서로서 일제의 ‘의학지식’과 식민지통치와 연관하여 많은 정보를 제공
이 책은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에서 경성 부인병원(京城婦人病院) 원장을 지낸 일본인 구도 다케시로(工藤武城)의 저서를 번역한 것이다. 구도는 전공인 ‘부인과학’적 지식을 생산하고 전파하는데 선구적인 노력을 기울인 인물이었다. 뿐만이 아니라 그는 사상과 종교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였는데 특히 퇴계에 대한 조예가 깊었고, 유교관련 필적과 초상화를 다수 소장하고 있을 정도였다. 국내에 식민시기 ‘부인과학’과 관련하여 국내의 연구자들은 구도의 이 저서를 부분적으로 인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 처음 번역한 이 책은 식민시기 일제의 ‘의학지식’과 식민지통치와 연관하여 많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본문 번역 이외에 구도관련 논문과 저술 목록을 별도로 조사하여 부록으로 첨가함으로써 구도의 전체상을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구도는 통계기법을 활용하여 조선여성의 남편살해가 조혼에 기반한 조선특유의 범죄임을 규정함.
구도 다케시로(工藤武城)는 조선말기 사회적으로 일어났던 ‘남편살해本夫殺害’의 범죄가 ‘조선특유’의 범죄임을 강조하고 그 원인으로 ‘조혼早婚’이라는 관습을 지목하였다. 그는 남편살해를 유발하는 조혼을 조선사회의 야만적 문화라고 비판하였다. ‘조혼’의 폐습에 대해서는 갑오개혁 이후 꾸준히 문제제기 되어 왔다. 이로 인한 병폐는 1920~30년대의 신문지상에 자주 언급되어왔다. 다만 조혼이 윤리적·문화적인 측면에서 문제시 되었지 ‘범죄’라는 인식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범죄로 연결된다는 인식은 일제강점기에 이르러서야 분명해 진다. 구도는 조선여성의 남편살해가 조혼에 기반한 조선특유의 범죄라고 규정하고 그 객관성을 보증하기 위하여 일본과 비교했으며, 도표와 그래프를 사용하는 등 이른바 ‘통계’라는 기법을 활용하였다.
의학적인 분석을 통해 조선의 역사를 부정하고, 일본인들의 합리적 사고를 동경하게 만들어 식민지 정책에 순응하게 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책
식민지 조선에서도 일제의 차별과 수탈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조혼 문화를 만들어낸 요인이기도 하다. 아울러 조혼으로 인한 폐해가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던 것은 사실이나 조선이 ‘여성범죄 국가’로 인식될 정도로 남편살해가 ‘조선특유의 것’이었나하는 점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관점의 이면에는 조선의 역사를 부정하고, 조선 민족·조상의 무능함을 원망하고 자민족 문화를 야만시하는 감정을 일으키게 하여, 일본문화와 일본인들의 합리적 사고를 동경하게 만드는 의도를 읽어 낼 수 있다. 결국 식민지 정책에 순응하게 하려는 의도이다. 그것은 식민지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해가는 조선총독부의 식민지정책과 궤를 같이하는 방법이었다. 일본인 지식인의 이러한 주장을 조선의 지식인들이 그대로 받아들여 신문과 잡지를 통해서 전파되고 그것이 보편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과정을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