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의 새로운 규범의 가능성에 착목한 표준에 대한 사회과학적, 사회철학적 연구의 결과물
1990년대 중반 이후 국제적으로 표준의 중요성이 커져왔다. 특히 세계화 이후 국제 관계에서 표준은 새로운 무역 규범이자 기술 장벽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사회적 책임(SR) 국제표준(ISO 26000)을 제정해 관리, 조직, 환경, 노동, 인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표준을 요구하고 세계 여러 나라들이 이를 수용해가고 있어 표준의 새로운 사회 규범적 성격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학과 경제학 및 일부 행정학에서 표준에 관해 오랫동안 연구해왔지만, 다른 사회과학 영역으로 연구가 확대되지는 못했다. 또한 관심 분야가 주로 제품, 생산, 기술, 공정 등 산업 활동에서부터 각종 제품과 산업 활동 분야 및 국가 표준화 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지만, 이 연구들은 모두 각론에 머물렀다. 이제는 새로운 규범의 가능성에 착목하는 사회과학적, 사회철학적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저자가 표준을 오랫동안 연구한 결과물인 이 책은 이런 측면에서 매우 큰 의의를 지닌다.
표준의 통합 및 조정 거버넌스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해외의 선진 사례를 다각도로 분석
저자는 지금까지 표준과 관련된 각론적 연구들을 아우르는 총론적 논의를 시도하고, 표준화 기구의 갈등 조정 기능에 대한 천착과 이해관계자에 대한 새로운 분류와 개념 정의를 통해 사회과학적 논의를 한층 심화시켰다. 나아가 법 및 사회 규범 등과 구분되는 표준의 새로운 규범성과 권력성을 강조함으로써 사회철학적 토대를 마련하고, 표준의 통합적 효과와 표준화 거버넌스의 기능을 규명하는 한편, 이를 통해 통일 한국의 사회 통합과 조정 거버넌스를 구현하는 정책적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저자는 무역과 경제를 넘어서는 사회철학적 논의를 통해 표준의 통합 및 조정 거버넌스의 가능성을 파악하고, 유럽연합과 독일 등의 선진 사례들을 분석해 통일 한국에 실증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표준의 통합 효과와 조정 거버넌스로 주제를 특화해 깊이 있는 분석을 시도하였다.
표준의 규범성과 규제성 및 권력성과 조정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적용 가능성까지 검토
도입부에서는 표준의 개념과 효과 및 기능의 확장을 설명하고 표준 연구의 동향과 표준학의 전망을 제시하였다. 제2~7장에서는 표준의 규범성과 규제성에 관한 논의로부터 시작하여 권력성과 조정성에 관한 검토로 이어진다. 표준의 이러한 성격들은 통합 및 조정 거버넌스를 고찰하기 위한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이어 이 성격들을 통해 표준의 코포라티즘적 조정의 가능성과 구체적 방식을 구성해 제안하고 있다. 제2~4장이 사회 철학적, 이론적 논의라면, 이어지는 제5~7장은 유럽통합과 독일 통일 및 한반도 통일에서 그 실증적, 현실적 사례들을 분석하는 데 할애하였다. 유럽 통합 과정에서 표준 통합이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고 유럽연합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표준화 정책을 통해 통합을 가속화했는지를 규명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서독은 어떠한 방식으로 표준 협력을 진행했고 또 통일 과정과 통일 이후에 표준 통일이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이후 통합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를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이에 비추어 남북한의 표준 협력 활동을 평가하고 이후 한반도 통일에서 나타날 수 있는 표준 정책의 기여 가능성까지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