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성공적 근대화의 두 가지 주요 요인으로 새마을운동과 지역주의의 역할을 분석
한국은 1987년 시점에서 제3세계 국가들 중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근대화의 양대 과제를 모두 이룬, 세계사적으로 극소수의 성공 집단에 속하게 되었다. 제1장에서 저자는 해외 학자들의 몇몇 논문을 소개하며 한국의 근대화가 얼마나 예외적인 것이었는지를 보여주고, 이러한 성공적인 근대화를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론으로서 비교사회학적 관점에 기초해 새마을운동과 지역주의의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제2장은 한국의 산업화를 다룬다. 저자는 미국 개발사회학계의 주요 저작을 검토하면서, 그 동안 주류를 이루었던 개발국가론이 한국의 경제발전을 어떻게 설명해 왔는지를 서술한 다음, 한국의 예외적인 성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몇 개의 마지막 퍼즐을 더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마지막 퍼즐은 새마을운동을 통해 맞출 수 있다. 저자는 성공적인 근대국가들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경제발전에 유리한 윤리를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고 주장하며, 이를 ‘개발 도덕화’라 부른다. 저자는 개발 도덕화를 국가 주도 참여형, 국가 주도 비참여형, 사회 주도 참여형, 사회 주도 비참여형의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새마을운동은 국가가 주도하고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국가 주도 참여형의 근대화 캠페인이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새마을운동에 대한 이러한 새로운 개념화를 통해 새마을운동을 세계사적 경험의 맥락 속에 놓은 후, 새마을운동이 행동주의, 성실한 노동, 절약과 같은 베버적 개발 윤리를 일반 국민들 속에 어떻게 불어넣었는지를 서술한다.
제2장에 이어 ‘브루스 커밍스의 식민지 근대화론’이라는 제목이 붙은 보론에서는 미국 진보 역사학계의 거두이자 세계적인 한국사 연구자 브루스 커밍스가 일제 치하 조선의 경제발전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브루스 커밍스에 따르면 한국은 일제 말기에 이르러 제3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수준의 공업인프라를 가지게 되었다. 그의 주장은 우리 학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민지 근대화 논쟁과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3장에서 저자는 한국의 민주화가 1970년대 중반에서 1990년 전후까지의 ‘제3물결 민주화’ 중에서 가장 원활한 것이었음을 보인 후, 한국 지역주의의 뜻밖의 역할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제3물결 민주화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민주화 이행기에 각 정치세력이 서로에 대해 최소한의 안전과 권력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협상을 통해 이러한 보장의 교환을 미리 제도화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한국은 직선제 실시 외에 사실상 어떤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민주화 이행이 시작되었고, 따라서 민주화 과정이 대단히 폭발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뜻밖에도 지역주의가 주요 정치세력에게 최소한의 권력 유지를 보장함으로써 안전 보장의 기제로 작용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제4장 결론에서 저자는 한국이 성공적인 근대화 이후 저출산고령화, 양극화, 청년실업, 다문화사회와 같은 포스트모던 문제군들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정치권도 ‘강한 정체성의 정치’를 버리고 ‘약한 정체성의 정치’로 전환함으로써 포스트모던 정치로 이행해야 함을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보론 ‘조선의 쇄국과 그 결과’에서 지정학적 관점에 기초해 조선이 500년 이상 존속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시론적인 주장을 편다. 조선은 지정학적 조건으로 인해 중국과의 속국-종주국 관계가 안정되게 유지되는 한 왕조 교체의 동력이 많지 않았다. 19세기 말 서구가 등장하면서 동북아시아의 지정학이 완전히 바뀌고 중국이 쇠락하자 조선은 곧 몰락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저자는 사드문제가 증명하듯이 한국의 지정학적 조건이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며, 여기에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지를 묻고 있다.
비교사회학적 관점은 한국을 한국 바깥에서 볼 수 있게 하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점은 비교사회적 관점을 취한다는 것이다. 한 나라만을 아는 것은 그 나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이다. 비교를 통해 한 나라의 진면모가 드러난다. 저자는 한국을 한국 밖에서 바라봄으로써, 한국 근대화가 비교사회학적으로 얼마나 예외적인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
‘개발 도덕화’ 개념을 통해 새마을운동을 세계사적 경험의 맥락 속에 놓다
새마을운동이 한국의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은 많은 학자들이 주장해 왔고, 일반인의 상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을 사회학 이론 속으로 끌어 들여 이를 개념화하려는 시도는 거의 없었으며, 나아가 세계사적 경험의 맥락 속에 넣으려는 시도는 전무했다. 이 책은 ‘개발 도덕화’ 개념을 통해 많은 나라들에서 전개된 근대화 캠페인에 사회학적, 세계사적 의미를 부여하며, 새마을운동에 보다 확고한 학문적 시민권을 찾아주었다.
지역주의지수를 구축해 지역주의에 대한 객관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하다
그 동안 지역주의는 객관적 척도 없이 연구자의 주관적 정의에 따라 연구되어 왔다. 이 책은 미국 인종사회학에서 사용되는 차별지수(segregation index)를 응용해 역대 선거 결과를 가지고 계량적인 지역주의지수를 구축한다. 이에 따라 지역주의 연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지역주의에 대한 계량적인 객관적 정의가 가능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