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의 한시를 20여년간의 연구를 통해 한글로 옮기고 자세하게 풀이
《퇴계 시 풀이》는 조선조 대학자 퇴계 이황 선생이 읊은 한시를 오늘날 젊은 독자들의 수준에 맞게 한글로 옮기고 자세히 풀이한 책이다. 퇴계 이황은 평생 동안 많은 시를 지었는데, 그의 문집에 실린 시 2,000여 수 가운데 내집 5권에 실린 775제 1,086수를 먼저 번역하여 5권(5책)으로 출판하였으며, 6집 별집에는 355수를 수록하였다. 이미 출판된 내집 5권은 지난 2008년에 학술원 추천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으며, 이번에 출간하는 외집(199수)과 속집 2권(각각 168, 178수)를 더하여 비로소 퇴계 시의 완간을 보게 되었다.
이장우 장세후 교수 두 사람이 1986년부터 풀이하기 시작하여 강산이 세 번 변할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각종 문헌과 연구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조사하여 한시 원문을 조심스럽게 풀었으며, 어려운 글자나 어휘들에 대해서도 상세한 주석을 달았기 때문에 우리나라 고전번역의 지표가 되기에 나름대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나아가 시를 짓게 된 배경이나 지은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사항을 조사하여 한글로 쉽게 설명함으로써 퇴계의 정갈한 삶과 정신세계를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시 선비들의 생활상을 물론, 퇴계의 생애를 고찰하는 데도 큰 역할
동양의 전통 속에서 시(詩)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퇴계선생의 표현을 빌려 설명하자면 공부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한 가지는“긴수작(緊酬酌)”이요, 한 가지가“한수작(閒酬酌)”이다. 철학 같은 어려운 공부는‘긴수작’에 속하고 시문 같은 부드러운 공부는‘한수작’에 속한다. 학자가 공부하는데 이 두 가지 공부를 함께 해야만 옳게 공부가 발전한다고 하였다.
따라서 그의 시를 통해 문사철(文史哲)을 두루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시 선비들의 생활상을 물론, 퇴계의 생애를 고찰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퇴계가 주자의 적통임을 인정받고 있기에 꼼꼼한 번역과 상세한 주석이 담겨진《퇴계 시 풀이》전집은 동양철학의 연구에도 큰 힘이 될 것이다.
국내외의 참고 가능한 모든 자료를 완전하게 분석하여 녹여 넣은 노력의 결과물
조선시대 후기에 퇴계의 많은 시를 비롯하여《퇴계집》에 한문으로 주석을 단 책으로는《퇴계문집고증》과《요존록(要存錄)》 두 가지가 있는데,《퇴계 시 풀이》는 이 두 가지 주석서를 면밀하게 검토하였다. 그동안 한국에서 두 종의 번역이 나왔는데 첫째는 주석이 거의 없는 4·4조 내방가사체를 기본 틀로 한 이가원의 번역이고, 두 번째는 《퇴계집》의 주석본인《퇴계선생문집고증》을 주로 참고한 신호열의 번역이다. 두 책은 모두 5권 2책인데 비하여,《퇴계 시 풀이》는 9권 9책으로, 매권의 분량이 위 두 주석본에 비해 방대하고 매우 소상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백화문으로 번역한 지아순시엔(賈順先) 교수의 저술을 참고하는 등 모든 국내외의 참고 가능한 모든 자료를 완전하게 분석하여 녹여 넣은 노력의 결과물이다. 한문을 잘 모르는 한국의 젊은 세대들도 관심만 가진다면 읽어낼 수 있도록, 내용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설명은 쉽게 하려고 노력하였다.
축자역(逐字譯)에 가까울 정도로 한시 원문을 면밀하고도 조심스럽게 풀이
《퇴계 시 풀이》의 특징은 번역은 거의 축자역(逐字譯)에 가까울 정도로 한시 원문을 면밀하고도 조심스럽게 풀었으며, 모든 어려운 글자, 어려운 어휘에 대하여 상세한 주석을 달았다. 시 작품의 저작 배경이나 저작 의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모든 참고 사항을 조사하여, 한글로 모두 풀어 설명하여 두었다. 그 한 예로 퇴계 선생이 중국이나 한국의 어떤 시를 보고 지은 시가 있으면, 현존하는 그 원시(原詩)를 모두 참고로 번역하여 붙였다. 도연명, 이백, 두보, 소식, 주자 등의 수많은 명시는 물론, 퇴계 선생의 벗과 제자들의 많은 시를 참고로 열거하기도 한다.
매 권 뒤에 아주 상세한 색인(索引)을 첨가, 손쉽게 어려운 한문 전고를 검색 확인
책의 매 권 뒤에는 아주 상세한 주석 항목 색인(索引)을 첨가하여 두어 한시 전고사전으로 활용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다른 한문책을 읽을 때도 이 색인을 참고하여 활용하면 매우 손쉽게 어려운 한문 전고를 검색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퇴계의 한시에는 유가 경전이나 중국의 저명한 시인들의 작품에서 나온 전고는 물론이요, 노장(老莊) 계통의 고전, 중국의 신화(神話)와 전설과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도 많이 인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내용을 알아보는데도 이 책만큼 친절한 책도 드물다.
한국의 번역․주석의 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만한 획기적인 역작
한국에서 역사상 이퇴계 선생의 문집을 이렇게 꼼꼼하게 읽은 학자들도 드물고, 한문책을 이렇게 쉽고도 꼼꼼하게 풀어 놓은 책도 드물다. 이 책은 한국의 번역․주석의 역사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도 남을만한 획기적인 노작(勞作)이자 역작이다.
제8권 속집 권1에는 168수의 시들을 수록
<오인원의 우연히 읊조리다라는 시의 운자를 써서 짓다(次吳仁遠偶吟韻)> 등 168수로 속집 권1에 수록된 시이다. 속집에는 연대가 밝혀진 시 가운데 가장 이른 시인 <가재(石蟹)>부터 48세 때까지 지은 시 등 추후에 여러 경로를 통하여 수집된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따라서 크게 보면 수록된 시의 수준이 고르지 못하고 다소 잡박한 듯한 느낌도 더러 들지만 퇴계의 생애를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330쪽에 주석 항목 색인이 677조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