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 사회주의 러시아의 역사에서 감추어져 있던 사회사의 측면을 다양하게 파악
이 책은 『은둔의 나라 러시아』(상), (하)로 나누어 집필된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러시아는 세계사에서 유럽 문명권도, 아시아 문명권도 아닌 제3의 문명에 해당될 정도로 독특한 역사 발전구조와 문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푸쉬킨, 톨스토이를 비롯하여 챠이콥스키 등 문학과 철학, 예술, 사상은 유럽에서 손꼽히는 심오한 사상적 가치를 보유하는 성과를 내었다. 또한 세계사에서 처음으로 전제적 봉건사회에서 공산주의로 뛰어넘는 혁명을 일으켰으며 계획경제 체제를 수립하고, 페레스트로이카를 실험하고 사회주의 체제를 종식 시킨 나라였다.
이 책은 1917년 2월 혁명이후 세계에서 가장 최초로 공산주의를 실험하면서 독재적 억압의 체제로 변화하는 소비에트 러시아 역사 속에서 역사의 하부 사회구조에 속하는 노동자, 농민, 빈곤 여성, 신생 공산주의 세대에 문화혁명의 세력들, 지적 여성들의 삶과 의식세계를 탐색하였다. 1917년 공산주의 혁명기에 등장한 러시아 ‘민중’은 그들의 혁명 활동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독재와 억압으로 인한 지배 이념, 그리고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공산주의 실험 속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70여 년간의 독재 권력과 지배 이념 속에서 그들의 적응과 저항을 반복하면서 살아 남았다. 저자는 이들의 고난의 역사를 ‘높은 장벽을 오르는’ 역사로 표현했다.
1917년 2월 혁명부터 1991년 페레스트로이카의 붕괴 시기까지 ‘민중의 역사’를 조명
이 책은 러시아 역사를‘아래서부터의 역사’즉,‘민중의 관점’에서 보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시 말해 역사에서 널리 알려진 기존의 위대한 정치가, 사상가, 혹은 권력 상부의 정치가 아니라 크게 드러나 있지 않거나, 무명의 민중적 인물이나 심지어 역사에서 이름이 지워진 인물들의 행적과 삶을 통해 러시아 역사의 저변을 살펴보고 있다. 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이념이나 역사 서술상의 편향 탓으로 우리에게 그동안 상당 부분 알려지지 않았다. 여기서 ‘민중’이란 단지 빈곤하거나 교육과 재능을 갖지 못하는 무산 계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민중’은 온갖 종류의 억압에 저항하는 피지배 계층이다. 우선 그들은 끈임 없이 일하는 평민이다. 그들은 생계를 위한 토지와 자치, 그리고 인간답게 살려는 자유를 갈망하는 소박하면서도 생명력이 가득 찬 중간 하부계층이다. 이들을 통해서 우리는 감추어져 잘 보이지 않던 과거 역사들 들추어 내보고자 한다.
이념과 역사 서술상의 편향으로 묻혀있던 사실들을 밝힘으로써 러시아 현대사를 새롭게 이해
오늘날 우리들은 끈임없이 질문을 퍼붓는다. 러시아 공산주의 혁명에서‘혁명 세력이었던 노동자들은 과연 해방되었는가?’‘농민은 과연 그토록 염원하던 토지를 얻었는가?’‘여성은 진정으로 해방되었는가?’‘대숙청의 사건에서 왜 그처럼 많은 피를 흘려야 했는가? ’‘새로운 질서에서 누가 가장 이득을 보았는가?’마지막으로 가장 뜨거운 질문은 이것일 것이다.‘러시아 혁명은 과연 사회주의적이었는가?’이러한 질문들은 혁명과 체제를 추종했던 사람들이나 그 약속에 환상을 품었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당황스러운 질문일 것이다. 또한 러시아 민중들에게 무계급 사회 건설의 목표들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높은 장벽’의 실험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그들의 적응하기 위한 고난과 좌절 그리고 저항의 모습을 살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