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 후기의 문학사나 예술사, 사상사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를 담고 있음
『섬와잡저(蟾窩雜著)』는 이현환(李玄煥, 1713∼1772, 字 星叟, 號 鶴西)의 저작이다. 그동안 그의 존재는 강세황의 문집인 『표암유고(豹菴遺稿)』에 언급이 있었고, 경기도 안산에서 여주이씨 인물을 비롯한 강세황 등과의 시회에 참여한 사실은 밝혀졌다. 하지만 그의 생애라든가 남긴 작품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섬와잡저』에 실린 이현환의 산문작품은 「이오당기(二梧堂記)」를 비롯해 총 71편으로 이름 그대로‘잡저’의 형태로 되어 있지만 18세기 조선 후기의 문학사나 사상사, 예술사에 관한 흥미로운 자료를 담고 있다.
18세기 근기 남인의 문예 양상과 예술적 취향, 문화 활동을 이해하는데 기여
『섬와잡저』는 한 권의 작은 분량이지만 18세기 문화와 예술사는 물론 사상을 이해하는 데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경기도 안산 지역을 주위로 한 근기남인의 문예 양상과 예술적 취향 그리고 문화 활동을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이 책을 통해 이현환 개인은 물론 성호(星湖) 이익(李瀷)을 위시한 여주이씨 학인(學人)들의 생활과 문예적 교유관계, 학문 등 당시 근기 지역 문화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아울러 그와 교유했던 허필․강세황․신광수․목만중․최북 등의 모습을 통해 이들의 인간적 면모와 문화 활동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스승 성호 이익의 가르침을 묵묵히 실천한 그를 통해 18세기 실학자들의 고민과 삶의 지향도 엿볼 수 있다.
총 71편의 산문이 문체별이나 연대순 서술이 아니라‘잡저’의 형태로 수록
『섬와잡저(蟾窩雜著)』에 실린 내용을 작품별로 구분해 보면 서(序)가 28편으로 가장 많으며, 기(記) 12편, 발(跋) 11편, 설(說) 7편, 제문(祭文) 4편, 서(書) 2편, 변(辨) 2편, 기타 지(誌)․ 논(論)․상량문(上樑文)․전(傳) 등이 각각 한 편씩 있다. 인물별로는 이현환 자신을 비롯한 소릉공파(少陵公派) 인물 및 그들의 공간 및 삶에 대한 서(序)와 기문(記文)이 많다. 성호 선생의 삼두회(三豆會) 모임의 취지를 설명한 「삼두회서(三豆會序)」를 비롯하여 서화 수장가로 유명했던 이관휴(李觀休)를 다룬 「근재서화설(謹齋書畫說)」‧「근재서(謹齋序)」 등이 있고. 소릉공 후손이 아닌 인물로는 이재덕(李載德)에 관한 글이 자주 보이는데 평소 매화를 길러 집안사람과 감상하곤 했던 일에 관한 「매화설원문(梅花雪冤文)」을 비롯하여, 근기 남인들의 문예적 공간이었던 의추재에 관한 「의추재기(依楸齋記)」 등이 있다. 이 외에 조선후기 문예사의 거장 강세황(姜世晃)의 예술적 면모를 다룬 「도장설(圖章說)」, 조선후기 기인적 화가 최북의 예술세계와 일본 사행을 다룬 「최북화설(崔北畵說)」과 「송최칠칠지일본서(送崔七七之日本序)」, 이현환 자신의 사랑 얘기를 고백한 「애첩설(愛妾說)」 등도 흥미로운 작품들이다.
18세기 근기지역 봉황 같은 인물들의 삶과 사상, 문학, 예술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남
책 제목인 “어느 세상인들 봉황 같은 사람 없으랴”는『섬와잡저』「이오당기(二梧堂記)」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구절이야말로 이현환과 교유했던 성호학파 인물들과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가치를 잘 표현하고 있고 현대에도 유효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