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눈물과 기쁨이 공존하는 인간의 운명과도 닮은 실크로드의 모습을 세밀하게 더듬어간 기록물
이 책은 중국 서안西安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실크로드를 따라 장장 1만2000㎞를 몇 차례에 걸쳐 탐방한 기록이다. 저자는 서안에서 돈황, 천산북로, 천산남로를, 알마티에서 우루무치, 이스탄불을 위시한 터키 땅 전체를 여러 해에 걸쳐 드나들면서 실크로드가 인간의 운명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실크로드에는 삶과 죽음이 있고, 만남과 이별이 있고, 눈물과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한 떠나야 했고 떠난 길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 인간의 운명과 같이, 많은 사람들은 이 길을 향해 떠났고 돌아오지 못했다. 남은 사람은 떠나는 사람을 슬퍼하고, 돌아오지 않는 사람을 그리워한 역사의 자취들을 저자의 감정과 상상력이 담긴 글과 이미지를 통해 세밀하게 전달하고 있기에 울림이 크다.
서안에서 이스탄불에 이르는 동·서양 실크로드 전체를 총괄한 저술
실크로드에 관련된 기존의 저술들이 주로 중국의 서안에서 돈황에 이르는 부분적인 내용에 그치는 데에 비하여, 이 책은 서안에서 이스탄불에 이르는 동서양 실크로드 전체를 총괄하며 자세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천산북로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천산남로에 대한 고찰은 기존의 실크로드에 관한 저술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기에 더욱 소중하다. 나아가 이 책에 실린 다양한 이미지들은 실크로드에 관련된 또 다른 연구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서안에서 이스탄불에 이르는 실크로드에 의지하여 삶을 살아간 사람들과 문명의 흔적들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실크로드의 실체를 이론적 접근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저자의 감정과 상상력을 통해 파악하려고 노력
특히 이 책은 무거운 이론적인 고찰이거나 가벼운 산문 중심의 여행기에서 벗어나 실크로드를 여러 차례 직접 탐방하면서 자신의 감정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보고 느끼고 체험한 사실들을 꼼꼼하게 서술한 인문학적 기록물이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히 실크로드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상상력을 통한 실크로드의 실체를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된다. 또한 동양과 서양을 잇는 실크로드의 숨겨진 면면들을 살펴봄으로써, 그 길을 따라 삶을 영위한 인간들의 삶의 세계와 문화를 더욱 깊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