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인구동태의 글로벌 좌표축 확인하고, 글로컬 맥락서 지방소멸 문제 조명
이 책은 세계 최저 합계출산율과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로 압축되는 한국 인구동태의 글로벌 좌표축을 확인하고, 그 바탕 위에서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문제를 현장과 데이터 중심으로 조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활기 없는 인구 구조,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를 대한민국의 발목을 잡는 양대 근본 모순이자 스텔스 위기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대한 우리 중앙·지방 정부의 대응을 짚어보면서 과제 선진국 일본의 정책을 시계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이 한·중·일 인구동태 삼국지를 살펴보고, 한일 비교 관점에서 지방 문제를 들여다본 것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과 일본의 지방소멸 지표, 한일 지방공항의 해외 관광객 점유율 추이, 한일 지방대의 정원미달 현주소, 한국의 고향사랑 기부제 논의와 2008년 출범한 일본의 고향납세 정착 과정, 가덕도 공항과 일본 주부공항 선정 과정 등의 비교·분석은 눈에 띄는 사안들이다.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계를 다수 활용한 것은 객관성을 담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일본 지방창생 전략의 탄생 과정과 정책 각론은 현 시점에서 가장 적확한 자료로서 인구와 지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인식과 대응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정책이 닻을 올린 직후 이뤄진 필자의 초대 지방창생 담당상, 1억총활약 담당상 인터뷰에는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은 물론 고민도 녹아 있다. 전반적으로 우리 인구와 지방소멸 문제를 글로컬(Glocal) 맥락에서 조망하고 경보음을 울리려고 한 점이 이 책의 큰 특징이라 하겠다.
한국도 일본형 少産多死 진입, 중국은 未富先老 위기…유엔 통계로 본 3국의 인구동태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논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한국의 활기 없는 인구동태로, 2020년을 기점으로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지르는 소산다사(少産多死)에 진입했다고 규정한다. 소산다사는 인구 감소형으로 현재의 일본이 전형적이다. 한국의 소산다사는 앞으로 가속화한다. 덩달아 노인 부양비도 올라간다. 2020년엔 생산가능인구 5명이 고령자 1명을 부양했지만, 2035년엔 2명당 1명꼴이다. 중국의 인구 보너스도 끝나고 있다. 부자가 되기 전에 늙는다는 미부선로(未富先老)의 위기감이 강하다. 한국은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14% 초과)에 진입한 지 8년만인 2026년 초고령사회(21% 초과)가 되고, 중국은 그 기간이 11년(2025→2036년)으로 일본(95→2008년)보다 짧다. 인구동태는 미중 패권 경쟁 시대에 숨겨진 중국의 아킬레스건이다. 3국 모두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된 만큼 향후 관건은 인재 보너스 창출에 달렸다는 게 필자 생각이다. 저자는 한·중·일 3국의 인구동태 분석을 위해 ‘유엔 세계인구 전망 2019’의 동일한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했다. 중국이 2030년대 GDP 규모에서 미국을 앞서지만 인구 동태 문제로 길어야 30년 천하로 끝날 것이라는 일본경제연구센터의 2060년 장기 예측도 흥미롭다.
지방 젊은이 유출이 수도권 패권과 지방소멸 불러…분산형 사회로 개조해야
둘째는 일그러진 국토 문제로, 수도권 승자, 지방 패자의 방정식을 다룬다. 수도권은 국토의 12%이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섰고, 국가 중추기능과 상장기업 본사 등이 쏠려 있다. 반면 지방은 한계 마을이 점(點)에서 선(線)으로, 면(面)으로 퍼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 지방 소멸은 종속이론의 중심·주변 관계와 닮았다. 중심은 집적의 힘과 정치학도 작동한다. 수도권 국회의원 수가 절반이다. 정치는 수(數)이고, 수는 힘이다. 여기에 수도권은 수당(手當)도 여럿이고 두텁다. 수도권의 자력(磁力)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인구 흐름은 곧 수도권 패권 형성사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지방 젊은이의 수도권전입이다. 하지만 서울과 대도시의 합계출산율은 지방보다 훨씬 낮아 나라 전체의 출생아 수 감소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겨났다. 요체는 지방 젊은이의 수도권 전입 억제로, 이는 일본 지방창생 전략의 핵심 과제이기도 하다. 수도권 집중 해소와 분산형 사회로의 국토 대개조가 지방도 살리고, 인구 감소도 늦춘다는 게 필자의 주장이다. 동시에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해소는 불가결하지만 서울의 글로벌 금융허브 발돋움과는 별개라는 시각을 담았다.
저자는 이 부분과 관련해 수도권 집중의 여러 통계를 일본과 비교해가면서 적시하고, 2018년 기준 지방소멸 위험지수 1위인 의성군 르포와 문경시·상주시의 인구유입 대책 등을 통해 지방의 실상을 전한다. 더불어 지방 회생과 분권을 위해 행정통합 실험에 나선 대구경북 및 광주전남의 움직임과 일본 오사카 부·시의 통합 시도를 한일 광역단체장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서울의 금융허브 경쟁력과 관련해선 2011~21년의 10년간 20회에 걸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추이를 중·일 도시와 비교·분석했다.
일본은 유례없는 속도전·총력전…인구 대책과 균형발전을 접목
셋째는 지방소멸 문제에 관한 일본의 유례없는 속도전과 총력전이다. 일본은 2014년 지방 소멸을 다룬 마스다 리포트가 나오자마자 중앙과 지방이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그해 만든 내각 직속 마을·사람·일 창생본부에는 총리를 본부장으로 전 각료가 참가하고, 창생 전략은 저출산·고령화, 도쿄권 일극 해소와 지방회생, 관광입국을 망라했다. 인구 대책을 국토 균형발전, 성장 전략과 접목하고 있다.
일본의 지방창생 정책은 필자가 중앙일보 도쿄특파원 근무 당시 본격화한 관계로 장기간에 걸쳐 다각도로 좇은 분야다. 일본의 관광입국은 아베 신조 내각이 가장 공을 들인 정책으로 일본 정부의 전략이 잘 묘사돼 있다. 우리나라 고향사랑 기부제의 모델인 일본 고향납세의 진행 과정과 실적,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2023년 시행을 앞둔 우리에게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수도권 집중 해소를 우선시하는 대학정책, 지방 이주보다는 못하지만 단순 교류보다는 끈적끈적한 제3의 인구인 관계인구 창출, 지방 공동화에 따른 압축+네트워크형 도시 정책 본격화, 도쿄 심장부의 지방 안테나숍도 음미해볼 대목이다. 이 역시 최신 통계가 곁들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