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과 불교가 서로 주고받은 영향을 교류와 소통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조명
불교는 중국으로 전래된 이후 기존의 대표사상인 유학과 서로 대립되고 융합되면서 끊임없이 변모했다. 이 과정에서 유학 가운데 우주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요소가 풍부한 주역과의 만남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이 책은 동양의 대표사상인 유학과 불교가 상호 교섭하며 발전해 온 과정을 다루고 있다. 특히 주역과 불학이 서로 주고받은 영향을 교류와 소통의 측면에서 다각도로 살폈다. 불교가 어떻게 중국화 되어 갔으며 주역의 이론적 틀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불교를 가지고 주역을 해석함으로써 불교의 사상을 풍부하고 충실하게 했으며, 중국불교가 인도불교와는 구별되는 다른 특색을 형성하는 데에 매우 중요한 작용을 했다. 이와 동시에 불교의 사상은 역학 체계의 발전에도 기여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두 사상 간의 교섭에 대한 연구를 통해 불교와 역학이 지닌 특징을 보다 새롭고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두 영역의 중요 문제를 함께 다룬 저술이 지금까지 없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의미가 크다.
불교와 주역의 융합은 중국과 인도 사상의 교류와 충돌, 발전양상을 보여주는 축소판
불교는 인도에서 기원했지만, 크게 발전시킨 곳은 오히려 중국이었다. 불교가 동쪽으로 전래되면서 중국 사람들은 곧 바로 그 주된 교의를 취하여 중국 사상의 일부로 삼았다. 불학과 역학(易學)의 교섭과 충돌은 점차적으로 융합의 길로 나아가‘주역으로 불교를 해석하는’것에서‘불교로 주역을 해석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최종적으로는 불교와 역학을 융합시켜 새로운 의미의 길을 열었다.‘주역으로 불교를 해석하는’것은 주로 불학을 역학에 무리하게 연결시켰는데 그 이유는 사람들에게 결코 익숙하지 않은 불교사상을 널리 보급하려는데 목적이 있었다. ‘불교로주역을 해석한 것’은 불교가 번성한 후에 불학으로 역학을 포용하여 중국 사상계의 주도적 지위를 점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 후 불교와 주역을 융합한 새로운 이론이 나왔고 대표적인 사례가 웅십력의『신유식론新唯識論』이다. 이러한 발전 과정은 일천 여년 이상 내려온 중국과 인도 사상의 교류와 충돌, 발전양상을 보여주는 축소판이다. 이 책은 이런 내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사상이 상호 교류한 상황을 충실히 살핌과 동시에 교류한 역사적 맥락까지도 조명
이 책은 불교와 주역이 지닌 사고 방향의 명증성과 자료의 한계를 고려해 선학과 역학, 화엄학과 역학, 밀교密敎와 역학, 유식학과 역학이라는 주제로 장을 나누었다. 여기에 불학과 역학의 교섭 과정을 더해 전체적인 주제와 조화시킴으로써 상호 교류한 상황을 충실히 살핌과 동시에 두 사상이 교류한 역사적 맥락까지도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인물의 사상적 관점을 분석할 경우 그들이 계승하고 발전시킨 측면을 다루는 것 외에도 전체적인 역사의 발전, 연원의 문제 등을 서술함으로써 전체 내용을 종횡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또한 이 책은 불교와 주역간의 사상적 교류를 다룬 연구가 거의 없었다는 희소(稀小)적 가치 외에도, 불교의 각 종파(선종, 화엄학, 유식학, 밀교)와 역학간의 소통을 테마별로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불교의 각 종파들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나아가 불교와 주역의 조우(遭遇)를 단순히 정리만 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논리를 가지고 일관된 관점으로 분석하였으며, 각론에서 다룬 다양한 주제들도 체계적이고 면밀하게 다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