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런의 돈 주안, 시의 소설화!
바이런의 돈 주안은 1만 6천여 행의 스토리를 가진 소설처럼 읽히는 시다. 방대한 양과 다양한 주제의 새로운 장르적 특징을 지닌 이 작품은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에피소드 별로 나누어 읽지 읽으면 통일된 주제를 발견할 수 있다. 바이런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난봉꾼인 돈 주안의 이미지를 빌려 자신의 작품에서 비틀고 전복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남성상을 창조해 냈다. 전설상의 돈 주안과는 달리 바이런의 돈 주안은 여성들로부터 타자화되는 인물이다. 스페인에서 태어난 돈 주안은 그리스, 터키, 러시아, 영국으로 주유하며 여성들과 사랑, 난파, 노예시장의 매물, 전쟁터에서 무공, 여황제의 총신 등 다채로운 모험을 하는데, 이는 오디세이의 모험과 같다. 저자는 돈 주안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면서 각 나라에서 주안의 모험과 사랑의 에피소드를 분석하였다.
바이런의 돈 주안, 새롭게 조명된 여성상!
\'글을 시작하며'\ 에서는 낭만주의 시인으로서 바이런의 시적 특징과 돈 주안의 선행 연구와 평가, 주제에 대해 분석하였다. 1장 스페인 편의 에피소드에서는 <가부장제도, 육체의 언술>이란 주제로 주안과 유부녀 줄리아의 첫사랑과 파멸을 다루었다. 2장 그리스 편 에피소드에서는 <잔인한 육체, 육체의 자연성>이란 주제로 원초적 욕구를 지닌 인간을 서구정신사에서 주장한 이성적인 인간이라 할 수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3장 터키 편 에피소드에서는 침묵의 육체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돌파구를 찾는지 <노예시장, 침묵의 육체>란 주제로 해석하였다. 4장 러시아 편 에피소드에서는 <여성의 권력, 욕망하는 육체>를 통해 역사적 실존 인물인 캐서린 여제와 주안과의 왜곡된 사랑을 다룸으로써 욕망하는 여성의 육체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을 비교하여 여성의 육체가 지닌 양가성을 살펴보고 있다. 5장 영국 편의 에피소드에서는 다양한 여성 인물을 분석하여 그녀들이 차가운 가면 아래 있는 뜨거운 피와 살을 가진 진정한 <육체의 자매들>임을 증명하였다. 저자는 각 나라 에피소드를 통해 정신과 육체, 마음과 몸이 조화로운 여성과의 사랑이 결국에는 진정한 남성상을 구현하고 인류를 구원하는 에너지가 된다고 보았다. 이것은 바이런만의 젠더의식으로 볼 수 있다.
바이런의 돈 주안, 여성 육체성의 긍정, 새롭게 조망된 여성의 섹슈얼리티!
바이런의 돈 주안은 유럽을 비롯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번역되었고 다양한 주제로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번역은 물론 작품 전체를 다룬 연구서도 없는 실정이다. 저자는 영국 리버풀 대학에서 방문연구자로 참여해 <바이런 저널>의 책임교수로부터 바이런 전반에 대한 지도를 받은 바이런 전공자다. 이 책은 전공자인 저자가 오랫동안 돈 주안에 대해 탐색한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서이다. 역사적으로 페미니즘은 여성을 타자로 인식하지만 바이런의 돈 주안에서는 이러한 페미니즘 원리가 부정되는 동시에 전도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돈 주안은 오늘날에도 음악, 오페라, 연극, 영화 등 다양한 예술 매체로 새롭게 해석되고 번안되고 있으며 예술가들에게 창조적 콘텐츠로 활용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바이런의 돈 주안을 새로운 시각으로 연구한 이 책의 출판 의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