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문제를 주제로 다룬『햄릿』이 동아시아문화권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 탐구
400여 년 전 영국에서 햄릿이 무대에 등장해“사느냐 아니면 죽느냐”라는 문제를 제기한 이후 서양에서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온갖 이론을 동원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햄릿』이라는 작품을 해체하기에 이르렀다. 내세 지향적인 서양문화에서 신의‘말씀’을 제쳐두고 그 문제에 관한 인문학적 해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서양에서 그렇게 다양하게 해석하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작품을 해체하는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동아시아에서는 그 나름의 해답을 찾아 나섰다.
현세 지향적인 동아시아문화권에서도 서양문물을 받아들이는데 몰두했던 초기에는 서양의 이론을 충실하게 답습하여 『햄릿』을 해석했지만 결국 “사느냐 아니면 죽느냐”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에 따라“어떻게 사느냐”라는 동아시아 고유의 현세 지향적인 결론으로 회귀하기에 이르렀다. 저자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유일신 문화와는 거리가 먼 동아시아문화권에서 삶과 죽음의 문제를 주제로 삼고 있는 『햄릿』이 어떻게 수용되고 있는지, 그 양상을 살펴보고 있다. 나아가 동아시아적 관점에서『햄릿』을 해석하는 경우들을 찾아 그런 유형의 공연이 가지는 의미를 모색하고 있다.
동아시아적 관점으로『햄릿』을 해석한 공연들이 지닌 의미와 특성 및 그 전개 양상들을 밝힘
동아시아문화권에서도 서양문화가 가지고 있는 무게 때문에 오랫동안 서양에서 공연되는『햄릿』을 충실하게 본받으려고 애써 왔다. 서양에서『햄릿』을 해석하는데 길을 잃으면 그것마저 본받으려고 애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자는 동아시아에서 동아시아적 관점으로『햄릿』을 해석하는 경우들을 찾아 그런 유형의 공연이 지닌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린자오화(林兆华)의 『햄릿』과 리궈시우(李國修)의 『샘릿(莎姆雷特)』, 일본의 경우에는 우에다 쿠니요시(上田邦義)의 『노오 햄릿』와 쿠리타 요시히로(栗田芳宏)의 『노오 햄릿』, 한국의 경우에는 이윤택(李潤澤)의 『햄릿』과 양정웅(梁正雄)의 『햄릿』을 분석하고 그들 작품을 통해 나타나고 있는 삶의 문화가 지닌 특성과 전개 양상들을 밝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