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부에서부터 천인까지 조선시대 인물들의 행적과 특징을 총망라한 인물지
「진벌휘고속편震閥彙攷續編」은 19세기 저술된 인물지로 편저자는 미상이다. 조선전기朝鮮前期에는 중ㆍ하층 인물들에 대한 형상이 일부 비판적 사대부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그려졌을 뿐 이들만을 모아서 다룬 적은 없었다. 19세기에 와서야 기존의 흩어져 있던 자료를 모아 일정한 체제 아래 편집하거나 보고 들은 바를 형상화한 전기집이 등장했다.
동시대 중하층 인물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수록한 전기집傳記集인 조희룡趙熙龍의 「호산외기壺山外記」(1844), 유재건劉在建의 「이향견문록異鄕見聞錄」(1862) 등과 같은 계열의 책이며, 천인, 간인, 도적, 난적 등을 비롯해 신분과 관련 없이 조선 시대 전 분야에 걸친 인물들의 행적과 특징을 총망라하고 있기에 19세기 저술된 다른 인물지와는 차별성을 지닌다. 조선조 양반관료시대에 신분적 한계로 타고난 재질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던 다양한 인물들의 구체적인 활동상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자료적 가치를 지닌 책이다.
「진벌휘고속편」은 「진휘속고」보다 등장인물이 많고 내용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기록함.
「진벌휘고속편」은 「진휘속고」와 연속선상에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구성 방식은 비슷하지만, 수록된 인물이 많고 내용도 더욱 다양하고 풍성하게 기록되어 있다. 경아전과 기술직 등 중ㆍ하층 인물은 조선 후기에 경제적 기반을 발판으로 삼아 문화적 역량을 발휘하였다. 한양의 중간계층에 속한 이들은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여 지식을 쌓음으로써 문화적, 예술적 수준이 높은 지식 계층으로 부상하였다. 그 가운데 일부가 학자와 문인, 예술가로 성장하였다. 이들은 17세기에 문단을 형성하여 18·19세기에 왕성하게 활동하다가 구한말 이후에 쇠퇴하는 과정을 밟았다. 조선 후기에 부각된 특수한 문학사적 실체로서 이들의 문학은 사대부 문학에 맞서는 독특한 위상을 지닌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중ㆍ하층의 다양한 인물상을 기록해 놓은 자료이다.
중ㆍ하위층 인물들의 장기를 중심으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분류를 시도
「진벌휘고속편」은 이전의 인물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대부나 여항인 중심이 아니라 사대부에서부터 천인까지의 신분을 망라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의 장기를 중심으로 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분류를 시도하고 있다. 이는 오늘날 소설의 등장 인물과 같은 서사적인 인물 군상을 보여주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다. 첫째, 1권에서는 먼저 인물의 신분이나 능력 등이 아니라 등본에 등재 가능한 성씨를 제시하고 있는데, 당시 조선의 전 인물을 대상으로 서술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둘째, 재능이 중심이 된 ‘신동, 통재, 시가, 명화가’ 등의 인물을 입전하고 있어 일반적인 사대부 중심의 기술과는 차이를 보인다. 신분제 사회인 조선의 가치와는 다소 상반되는 가치를 지향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