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세계 인식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기록
지봉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峯類說)』권2,「제국부(諸國部)·외국(外國)」에 채록된 글을 ‘자세하고 친절하게’ 고증하고 해설한 책이다. 『지봉유설』의 ‘외국’ 조목은 17세기 조선 문인들이 인식한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아주 드물고 소중한 자료이다. 특히 베트남[安南], 일본, 태국[暹羅], 영국[永結利國] 등에 관한 기술은 기존 중국 자료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떤 문헌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중요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17세기에 저술된 중국 책에는 동․서양의 많은 정보가 기록되어 있지만, 복제에 복제의 전통을 이어간 자료들 중심이다. 지봉의 ‘유설’ 또한 정효(鄭曉, 1499~1566)의『황명사이고(皇明四夷考)』를 많이 참고하고 있다. 하지만 지봉은 ‘소설’이 아닌 ‘정사’를 참조하여 비판적으로 채록했고, 실제 현지를 다녀온 사람들의 견문 기행록을 채택하는 등 자신의 견문과 성실한 독서를 통해 파악한 ‘세계’를 우리 앞에 그려놓았다. 이러한 지봉의 외국 ‘유설’은 매우 학문적이고 객관적인 모습을 띠고 있다. 또한 기존 중국 자료들이, 바닷길이나 육로의 교역로[실크로드]를 별도로 기술했다면, 지봉은 이 모두를 아우르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동서양 학자들의 접근이 미흡했던 우리나라가 위치한 동북 지역을 상당히 많이 다루고 있으므로, 당시의 바다와 육로를 통한 동서양 정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지봉이 독서한 50여 개 나라를 고증하고 중국 자료와 비교하며 세밀하게 주해(註解)한 결과
지봉 이수광이 기록한 제국부(諸國部), 외국(外國) 은 한반도를 중심으로 아프리카와 아메리카를 제외한, 동서남북의 ‘세계’를 모두를 다루고 있다. 이러한 범위로 말하자면, 지봉의 시대, 세계에서 유일한 자료이다. 늦게나마『지봉유설』은 20세기 말이 되어서야 번역되었지만, 권2에 수록된 「제국부·외국」은 여전히 고증이 미흡하여, 그동안 충분하고 전체적인 주해(註解)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역주’와 ‘주해’는 단순히 단어설명이 아니라 원문을 이해하게 하는 문헌학적(philological) 작업이다. 저자는 짧고 간략한 원문의 실마리들을 다각도로 고증하여 훌륭한 문헌학적 성과를 제시했다. 중국 자료에만 매몰된 동․서양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출구가 될 것이다.
17세기 한반도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의 ‘세계’를 다루는, 세계에서 유일한 조선의 자료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절반 이상의 기록과 해설에서 이수광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자료 선택의 기준을 통해 그의 ‘한국적’ 세계관과 실사구시의 정신을 헤아릴 수 있다. 지봉이 다룬 주요 나라는 [01] 안남국(安南國); [02] 유구국(琉球國); [03] 팔렘방[三佛齊]; [04] 참파[占城]; [05] 시암 왕국[暹羅國]; [06] 일본(日本); [07] 캄보디아 왕국[眞臘國]; [08] 자바[爪哇]; [09] 캘리컷[古俚]; [10] 말라카[滿剌加]; [11] 벵골[榜葛剌]; [12] 실론[錫蘭山]; [13] 몰디브[溜山]; [14] 사마르칸트[撒馬兒罕]; [15] 메카[天方]; [16] 케슈[渴石]; [17] 투루판[土魯番]; [18] 흑루(黑婁); [19] 헤라트[哈烈]; [20] 호탄[于闐]; [21] 카라 호자[火州]; [22] 노진(魯陳); [23] 호르무즈[忽魯謨斯]; [24] 이스파한[亦思把罕]; [25] 아스[阿速]; [27] 오로(五盧)|중운(仲雲); [28] 숙신씨(肅愼氏); [29] 거란(契丹) 주변의 나라들; [30] 회회국(回回國); [31] 나양국(裸壤國); [32] 동제(東鯷); [33] 서역(西域); [34] 불랑기국(佛浪機國); [35] 남쪽 오랑캐 나라들[南番國]; [36] 영국[永結利國]; [37] 쿠리칸[骨利幹]; [38] 구라파국(歐羅巴國); [39] 호인국(互人國) 등이다. 이 밖에도 지봉이 간략하게나마 언급한 나라들까지 모두 포함하면 50여 나라에 달한다. 저자는 이들에 관해 하나하나 논문처럼 고증하고 세계의 자료들과 비교하여 해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