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로운 그림과 독특한 고대 문자의 형태에 시선집중
획과 틀이 정형화된 현대 한자의 유래를 그림과 고대 문자의 형태로 설명하여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한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에서는 중국 고대인들이 소통 수단으로 사용했던 문자인 갑골문과 금문 형태를 분석하여 고대인의 생활상을 풀어내고 당시 사회를 조명한다. 고대 문자의 형태에는 의식주를 비롯해 신앙세계는 물론 예절과 풍속, 형법과 행정구역 등 사회 전반의 흐름이 녹아 있다. 중국에서 발간된 『자리중국字里中国』을 완전히 번역하고, 필요한 곳에는 역주를 삽입하는 등 한글 독자를 위한 역자의 배려가 엿보인다.
특히 돼지와 소 등의 가축과 칼과 도끼 등의 무기를 비롯해 아이를 낳은 여성, 우리 속에 키우는 소, 집에서 키우던 돼지, 사람 시신의 매장뿐만 아니라 나무에 매달린 사람 머리 등의 적나라한 그림과 이에 해당하는 갑골문과 금문을 제시해 상관관계를 규명했다. 단순한 획으로 명확한 의미를 드러내는 그림을 통해 한자의 근원을 더 친근하게 파악할 수 있다. 그림은 한자와 고대 문자의 교두보 역할을 하여, 한자의 고대 문자 형태를 잘 모르는 독자까지도 직접적으로 이해하고 인지할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모든 고대 한자의 형태는 고대 중국인의 사물과 사유에 대한 이미지를 형상화한 결정이다. 이후 중국 고대의 가장 기본적인 문자형태가 뜻과 뜻으로 합쳐지고 뜻과 소리로 합쳐져 오늘날의 많고 다양한 한자들을 파생시켰다. 이 책에서 ‘한자’형태의 시작과 변화의 역사를 함께 체험하면 어렵게만 느껴졌던 한자가 쉽게 이해된다. 중국 고대인들이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느꼈는지, 어떤 문화와 생활환경 속에서 생활했는지, 중국 고대인들의 문화가 어떤 형태로 중국 문자 속에 담겼는지를 이해하고, 오늘날 ‘한자’로 변해가는 문자의 역사적 변천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자 제작원리로 분류되는 상형, 지사, 회의, 형성 등은 한자가 형태를 갖춘 이후 한자를 분류하기 위해 찾아낸 단순한 기준에 불과하다. 문자는 고대인의 생활 속에서 필요불가결의 요구에 의해서 제작되었고, 더욱 다양하고 복잡한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변화하였다. 단순한 한자 제작원리로만은 이해할 수 없는 고대인들의 눈과 귀, 문화와 사유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 문자의 근원을 거슬러 찾아보는 과정은 매우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