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부터 1925년 사이, 대구는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기록하며 팽창했다. 이 급격한 도시화의 이면에는 농촌을 떠나 도시의 변두리로 밀려난 '도시 빈민'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존재로 등장하였다. 일찍이 대구 동촌의 조선부식농원(朝鮮扶植農園)과 경북구제회(慶北救濟會)에서 활동하며, 조선 최초로 「레미제라블」 필름 전국 상영회를 주도하기도 했던 후지이 주지로는 이들 하층민의 삶에 주목했다. 그는 시대의 모순이 가장 첨예하게 얽혀 있던 대구 남산정 빈민촌의 실상을 활자로 남겼고, 이는 오늘날 1920년대 식민지 조선의 민낯을 들여다보는 가장 독보적인 창(窓)이 되었다.
이 책은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권의 책을 교차시킴으로써 역사적 입체감을 나타내었다. 『조선 무산계급 연구』가 통계를 바탕으로 식민지 자본주의 하층사회의 구조를 해부하는 훌륭한 '사회학 보고서'라면, 『여명을 받드는 자』는 가난 속에서도 하루를 살아내야 했던 이들의 체온을 담아낸 '휴먼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독자들은 이 두 기록의 합본을 통해 거시적인 사회 구조의 모순과 미시적인 개인의 일상사를 동시에 조망하는 특별한 지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지니는 또 다른 중대한 가치는 번역의 과정 그 자체에 있다. 영남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근대사료번역팀' 소속 학부생들과 교수진이 장장 3년 6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합심하여 이루어낸 학문적 결실이기 때문이다. 학부 단위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 끈질긴 협업은 단순한 외국어 번역을 넘어 지역의 잊힌 역사를 지역의 청년들이 직접 발굴하고 복원해 냈다는 점에서 깊은 감동을 준다. 『대구물어2』는 근대 대구 하층사회 연구의 중요한 이정표이자, 대학과 지역 사회가 지식을 통해 어떻게 소통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